1.
시간이 지나면 누가 커리어 고민이 해결된다고 했나!
시간이 지난다는 것은 나이가 찬다는 것이고, 나이가 차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은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사업가가 비즈니스가 잘 되어 사업확장을 하기 위해 선택지들을 고려하는 것과는 달리 직장인의 선택지는 점차 좁아들기 마련이다.
"아닌데, 나 오라는 곳 많은데?"
라고 해봤자, 그 직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지 애초에 뾰족한 무기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기회마저 오지 않느다. 그렇다면 그 뾰족한 무기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무기는 좋은 학벌이 될 수도 있고, 유명/유망한 기업 경력이 될 수도 있다. 특정 프로젝트 경력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 드러나는 이력서일 수도 있다. 뭐가 되었든 나 자신을 팔 수 있는 슬로건이 있어야 하는데 문과 직무, 흔히들 말하는 경영지원, 관리 업무는 이 무기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2.
회계, 자금, 사업전략, 컨설팅 < 이런 직무들은 경영관리로 분류될 수도 있으나 업무 자체가 너무 뾰족하기에 타 경영관리 직무보다 커리어의 방향을 잡기가 비교적 쉬운 것 같다. 또 그 안에 전문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 그 외의 직무들. 내가 속한 경영관리의 직무들. 총무, 인사, 조직문화 등... 단순 운영업무로 빠질 가능성이 높은(사실 그런 업무 치기도 바쁜 경우가 태반) 직무들은 어떻게 살 길을 찾아야 할까. 요즘 나의 고민이다. 나는 인사 직무에 있고 운 좋게 노동법, 법무 쪽 일을 겸한 경험이 있어 그나마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는 하나, 인사 직무라는 특성상 뾰족한 경력을 만들어주는 환경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닌데, 그건 개인의 의지에 따라 다른데?"
개소리다. 정작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기업체를 만들고 경영관리 직무를 뽑을 때 큰 기업에서 시스템을 경험해 본 이들을 뽑으려 한다. 그들의 경험을 사려 한다. 실제 직무경험이 있는 사람과 단순히 그 직무분야에 대해 공부만 한 사람 중 누구를 뽑을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은 실로 간단하다. 인재가 차고 넘치는 한국의 경우, 이 질문은 생각해 볼 여지도 없다. 뱀의 머리가 되느니 제발 용의 꼬리, 안된다면 용의 꼬리털 한가락이라도 되는 것이 "내 경험상" 좋다고 후배들에게 주야장천 말하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 비약하는 것 같지만, 매출 1억에서 200억 성장한 기업이라도 대부분 밖에서 보는 시선은 매출 200억의 중소기업이다. 물론,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사업개발, 사업전략 직무가 아님을 명심하자. 내가 말할 수 있는 직무는 관리직무다.
3.
그럼 중소에서 시작한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 길을 찾아야 합니까!
나도 모른다. 나도 중소에서 시작해서 어찌저찌 쌔가 빠지게 노력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지금의 직장으로 왔으나 내 방법이 옳은 지는 나도 모르겠다. 힘들게 준비했다 하더라도, 뒤 돌아보면 모든 과정들에 상당한 운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말은... 조직이 맞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조그마한 성과 하나라도 무조건 만들고, 나에게 맞는 조직을 찾아 떠나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직장도 그리 만족하지 않는다. 벌써부터 마음속에 이직 생각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내 나이.. 정신 차려 보니 상당히 먹어 있다. 놀랄 정도로 많다. 그 말은 무엇이냐.. 이제 직장을 내가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기회는 많아봤자 2~3번이라는 것이다. 즉, 어찌 보면 사회 초년생 때 보다 지금 더 사활을 걸고 준비를 해야 한다.
4.
그래서 나도 내 나름대로 무기를 갈고 닦고 있다. 인사직무 안에서도 아직 인력풀이 그리 없는 직무를 선택하여 관련 교육과 프로젝트를 이 악물고 따내어 내 이력서에 구겨 넣고 있다. 왜냐하면 난 학교도, 경력도, 이렇다 할 기업경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게 정말 바늘처럼 벼른 직무 하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현실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나의 이력서는 진짜 발로 차이는 수준의 이력밖에 담고 있지 않다. 취업문은 줄어들고 밑에서는 나보다 더 좋은 스펙의 고급인력들이 취업만을 위해 몸값을 깎으며 달려오는데 나도 살 길을 찾아야 하니 찾은 역할이 이 역할이다.
회사문화?
왠만하면 이제 다 맞출 수 있다. 회사와 내가 일심동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사람 자르는 직무를 하며 더 뚜렷해졌다.
직무만족?
특정 기술이나 언어를 심도 있게 갈고닦는 업무도 아닐뿐더러, 내 성격상 성취는 실질적인 결과에서 나오기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업무만 할 수 있다면 직무에 그렇게 큰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맡은 바는 최선을 다해 책임감을 갖고 진행하지만 이 직무가 아니면 난 그만둘 거야. 이 따위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기업이 나를 필요로 해야 나도 돈을 벌 수 있으니.
물론 내가 지금 갈고 닦는 이 직무는.. 너무 범위가 좁아서 자칫 잘못하면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하지만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나는 평생직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년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은 좋은 회사를 다니고 싶다. 가고 싶은 회사들을 몇 개 정해두긴 했으나, 그 회사가 날 선택해야 할 이유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라도 직무개발 방향을 마음먹고 확장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고민은 정년 퇴직할 때 까지, 아니 퇴직을 넘어 죽기 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 세상은 가혹하리만치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에 잘 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보일수록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애초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더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자기 비하에 가깝긴 하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내가 원하는 생활을 만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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