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다니는 혜연

퇴사 후 일주일, 입사 전 일주일

세포집 2024. 7. 28. 00:45

1.

나의 세 번째 직장. 즉 이번 주 월요일에 퇴사한 직장은 솔직히 말해 나의 큰 실패이자 아쉬움 덩어리다. 쉴 새 없이 달려온 나로서는 정말 큰 공백기를 가진 후 입사한 직장이고 새로운 직무와 권한에 대한 기대감으로 너무나 부풀려진 상태에서 들어간 새로운 보금자리는 결국 나의 보금자리는 아니었다. 당최 알 수 없는 이유로 견제당하고 지원받지 못하며 정말 나 홀로 원맨쇼를 1년 동안 유지하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물론 배운 것은 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직무적으로도 성장한 포인트들은 분명히 있으나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배움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주 월요일에 퇴사하고 글을 쓰는 오늘은 토요일. 일주일도 아직 안되었으나 이미 마음속으로는 모든 정리가 되었다. 연인을 비유로 들어보자면, 후회 없이 모든 감정을 다 쏟았을 때 아쉬움이 없는 것처럼 나 또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다 했었기에 더 아쉬움 없이 정리가 되었다. 물론 나도 그 과정 속에서 잘못을 했고 성숙하지 못한 악의를 보이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그때의 나로 그 자리에 두고 앞으로 떠나가련다. 퇴사에 대해 글을 쓰게 되면 거침없이 "내가 아쉬웠던 점", "내가 조심했어야 하는 징조들" 등 과거에 대한 부정적 고찰들을 써내려 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이렇게 적다 보니 오히려 할 말이 없다. 열심히 해보려 했고, 잘 안됐다. 역시 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 인생살이!

 

2. 

그렇게 길지 않은 나의 경력, 벌써 네 번째 직장이다. 매 번 나를 선발해 준 기업에 감사한 마음을 잔뜩 가지고 있기는 했으나, 이번에 들어가게 되는 기업에는 이전 보다 더 큰 고마움과 더 잘해야겠다는 결심이 가득하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선비 기질이 갑자기 180도 변화되지는 못할 것이기에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있겠지만 이전에 직접 몸소 겪은 경험들로 말미암아 훨씬 더 부드럽게 넘어갈 것이라 확신한다. 일단, 그렇게 치고 박고 할 만한 기력들은 시간의 흐름이 거의 다 가져버렸다. 입사 전 일주일 감정? 솔직히 설렌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직무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으니까. 사실 지금 세 번째 직장에서 충족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갈망을 채우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3.

첫 번째 입사하던 날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 때의 내 모습과 지금 거울 속 내 모습은 뭔가 이상한 괴리감이 있다. 물리적으로 늙은 얼굴을 떠나, 눈에서 보이는 총기나 느껴지는 바이브가 전혀 다르다. 나는 세상 사람들처럼 살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몇 년 전의 내 모습이 어느새 내가 그렇게도 되기 싫었던 형체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꿈은 항상 있으나 점차 "현실적"이라는 이상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틀에 맞춰 변형되는 듯하고 행동을 하기 전 망설임과 두려움이 그때보다는 제곱으로 성장한 것 같다. 퇴사 후 일주일, 입사 전 일주일. 뭐가 다르겠나. 그냥 살아가는 방향 갈피 잡지 못하고 계속 고민하는 과정 중에 한 점일 뿐이다. 무언가 거창한 생각이나 영감이 탁! 하고 떠 오르기를 바라며 오랜만에 글을 써 보았지만 역시는 역시나다. 살아간다는 게 참 별 게 없다. 약간의 설렘 또는 약간의 걱정과 다른 한 켠의 감사함. 여러 가지 나만의 감정으로 살아가는 것.. 그 안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내 일상이다. 아마 죽기 전까지 계속 그렇게 찾아 헤매다 쓰러져 잘 듯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