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고 많은 주말 중. 몇 년 만에 내려간 포항에서 올라오는 그때. 평소에는 항상 교회에 있어 언제든 가족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었던 주일이 아닌... 그 짧은 시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당뇨로 건강히 급격히 안 좋아지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 6년. 움직일 수도 없는 병상에서 자그마치 6년이나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정신이 너무나 맑고 온전하셨으니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 코로나 이후 면회도 자유롭게 되지 않고 전화로만 가끔. 코로나 격리가 끝난 후에는 2주에 15분 허락되던 면회. 그 면회 시간 외 다른 시간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셨을까. 아픈 몸 움직이시지도 못하신 채...
2.
면회를 가면 할머니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하나님께서 나를 빨리 데려가셨으면 좋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제발 데려가 주시라고. 할머니의 기도는 하늘에 닿아 행복하게 떠나셨지만, 아직 땅 위에 서 있는 나는 허망하기만 하다. 하지만 허망할 자격도 없다. 할머니 살아생전에 내가 그리 잘했던가. 2주에 15분 허락되는 면회에 내가 그렇게 자주 갔었나. 시간 내서 하면 그만인 전화 한 통 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다 핑계지. 아프시지만 언제까지나 내 옆에 계실 줄 알으셨던 거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 말뿐인 사랑을 한 것 같다. 할머니만 진실되게 나를 사랑하셨다.
3.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있지만 올림사랑이라는 말은 없다. 부모님의 사랑, 할머니의 사랑... 아래 세대로 순리처럼 흘러가는 사랑의 흐름을 나는 자식을 낳기 전까지 모를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이 그러하다.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었던 할머니의 사랑은 온 마음 꽉 차게 느껴질뿐더러 흘러넘쳤다. 그래서 길거리 굴러다니는 돌처럼 언제든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나는 애써 시간을 내어 할머니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게 고작이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4.
우리 할머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음이 없다. 한 번 경험한 만큼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딱 한 번만 더 기회가 온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이 없다. 기껏 생각해 보는 과거와 추억들은 핑계와 변명이 따라붙는 아쉬움이 된다.
숨을 쉬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고,
내가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할머니를 관에 누이고,
운구를 하고,
화장터에서 화장을 접수하고,
화장장에 들어가는 관을 하릴없이 지켜보고,
손바닥만한 뼛가루로 나온 할머니를 보고,
아이처럼 흐느끼는 아버지와 형제자매 분들을 마주하고,
유골함을 들고 가는 걸음걸음이...
나에겐 모든 것이 처음인데, 다음이 없다.
한 번 경험해 보았으니 정말 단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두 번이 없다.
처음인데, 마지막이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대비를 한다 생각했는데, 속이 문드러진다.
할머니한테 벚꽃 보러 가자 했는데, 이제 곧 벚꽃이 피는데... 정말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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