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맨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나는 돈에 그렇게 큰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 나를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을 찾아다니기보다는 내가 정말 관심이 있어하고 싶었던 직무들만 찾아 지원했다. 지원 직무 자체가 2~3개로 한정적이었고 채용 인원수라던지 그 회사의 위치는 고려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전문성을 쌓고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 내 나이 28살. 지금은 만 6년이 지난 33살.
2.
나는 직장생활 6년 동안 회사일만 하지는 않았다. 틈틈이 부업을 했고 잠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사업을 2~3개 정도 해보기도 했다. 그 때에도 돈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와서는 나의 마음가짐도 약간 달라졌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기보다는 방향성이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돈의 비중이 커졌다.
3.
내 경험 기준으로 나이가 들어가며 가장 슬픈 점이 무엇이냐면,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정비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닌 나이에 따라 지수함수처럼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직장생활을 계속하거나 사업을 시작하거나 이 둘 중에서 끝없이 갈팡질팡 하는 모양새다. 나는 선택과 실행력이 굉장히 빠른 편인데(생각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 요즘에는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도 굉장히 신중하게 된다. 이게 경험에서 나오는 고견인지, 겁이 나 망설이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후자로 봄이 거의 확실하다. 그냥 겁이 많아진 거지.
4.
남들은 30세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슬슬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안정세를 보이는데, 나는 아직 대학생 때의 빛바랜 패기를 붙잡고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올림픽 성화를 들고 뛰긴 뛰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 원대한 꿈을 들고 뛰는데 확신 없이 발만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나의 확신의 어느 한 부분이 맛이 간 상태라는 것은 돈에 대한 나의 관심인데, 위에서 잠깐 말한 바와 같이 나의 모든 선택과 생각에 돈이 굉장히 많이 개입하고 있다. 부업이나 취미활동을 해도 그러한 행위들이 향후 돈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내가 하는 일보다는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전략을 짠다. 문득 눈을 들어 보면 내 예상보다 훨씬 늙고 힘들어 보이는 부모님을 보거나, 원치 않아도 죽지 못해 살아갈 나의 긴 수명을 생각할 때 돈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어떻게든 모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그냥 몸 전체에 꽉꽉 눌러 담기고 있는 중이다.
5.
돈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돈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급이라는 소리도 아니다. 돈은 필요하고 돈으로 행복은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시대는 맞다. 돈에서 오는 여유가 생각보다 굉장하다는 것도 안다. 그냥 30대 넘어 찾아온 사춘기 안에서 흩어져 버린 "삶의 목적"이라는 자리에 돈이라는 것이 꽤나 단단히 자리 잡히고 있는 모습이 낯설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 다른 척 고고한 모습을 뽐 내보려 했다. 결국은 생존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금. 그러면 지금부터는 그 기준에 맞춰 열심히 살아보면 그만이겠지. 후회만 없게 하자. 인생은 한 번이니까. 순간의 선택을 할 때 그 당시 최선이었다는 확신만 있다면야 아쉬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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