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는 혁진

뭐라도 해야지 - 직장이 없어도, 계획이 없어도,

투지투자 2025. 7. 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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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퇴사하고 여행을 다녀온지 벌써 1달 반이 다 되가고 있다. 그 동안 무엇을 했나? 되돌아보면 정신없이 살긴 했는데 딱 생각날만큼 인상깊은 것은 없다. 구직 준비가 메인이었다면, 서브는 일상생활의 지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가고 시간이 나면 악기 연습실을 가고. 무료하다 싶으면 책을 읽으러 가거나 안 가본 장소를 가거나. 일기를 조금씩 쓰기는 했는데, 뒤를 한 번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 반가운 마음에 글을 써본다.

 

 

1.

내 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이다. 처음 직장에 들어간 나이가 28세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 그 안에서 울기도 많이 울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나의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삶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직장 생활이었다. 타의든 자의든, 회사를 갑작스레 나와 빙하기라는 시장을 직면하고 있노라면 삶이라는 것이 참 덧없게만 느껴진다. 모아둔 돈이 어느정도 있어 잘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조바심이 드는 것 어쩔 수 없더라. 직장을 다닐 때는 직장만 다니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를 생각하다가, 막상 나와보니 다시 직장에 들어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꽤나 웃기다.

 

 

2. 

친구들 대부분은 결혼했고, 이제 슬슬 아이 소식들도 들려온다. 그들을 위한 선물에서 아이를 위한 선물을 고르고 있는 모습 속에서도 시간의 속도를 체감한다. 20대와 30대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기억의 잔재량이라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20대 시절은 기억이 나는 추억들이 많이 있다. 아, 이 때 무엇을 했었지. 그 때가 좋았지 등 감상이라도 남길 수 있는 순간들의 장면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30대로 넘어와서는, 그 일상이 더 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분명 바쁘게 살았는데, 시간을 이리저리 끌어쓰고 당겨쓰고 내던져두며 살았었던 것 같은데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팔 저린 것 마냥 멍한 안개 뿐이다.

 

 

3.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지금 이 순간 나는 뭐하고 있느냐. 아침에 일어나 운동갈까 하다가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먹고. 이력서나 써볼까 하며 피시방에 앉아 이것저것 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잠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기에 눈을 뜨면 움직이는데 요근래, 정확히 말하면 최근 1주일... 일어나서 뭐 할 게 없다. 더 이상 작성할 공고가 없고, 면접 일정도 거의 다 마무리 되었다. 면접 준비랄 것도 내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에 뭔가 더 특별하게 각을 잡고 할 것이 없다. 30대 브이로그를 검색해서 보고 있는 내 모습이나, 또 생전 잘 보지 않던 사주나 타로 따위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나 요즘 내 모습은 색다른 모습이다. 내가 그리 싫어 했던 주체적이지 못한 삶. 딱 그 짝이 지금 내 모습이다. 

 

 

4.

그럼에도, 눈을 떴으니 살아간다. 이전에는 삶에 거창한 목표를 강제로 심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다지 그런 것도 없다. 그냥 눈 뜨니 살아가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으니 조금 더 잘되려고 노력한다. 거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사소하지도 않다. 내가 가진 능력을 믿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거다. 다짐이랄 것도 없다. 다짐을 해 보았자 사소한 것 하나에 무너지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들을 보아오니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더라. 오늘 하루를 뒤 돌아 볼 때, 아쉬움은 없도록.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을 벗어나는 도피처로 생각되지 않도록 매 순간, 매 초 조금은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가고자 하고 있다.

 

 

5.

어찌보면, 지금 이 탱자탱자 놀고 있는 시기는 정말 귀한 시간일 수도 있다. 30중반에 언제 이렇게 쉬어 보겠냐.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 육아휴직도 쓸 수 없는데. 지금 이 순간을 잘 활용해 마음의 넓이와 깊이를 조금이라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 마음의 소리를 귀기울이면서 내가 하고 싶어던 것들이 무엇인지 하나씩 생각하며 실천해보고 있다. 책도 읽고, 가족들과 시간도 더 보내고, 미뤄 놓았던 자기관리도 조금씩 하고. 

 

 

죽지 않은 이상 어떻게든 살아가야지. 내 인생은 우상향이라는 확신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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