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는 혁진

관계에 대해서

투지투자 2025. 7.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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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오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동생 중 한 명이라고 쓰려다가 내가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동생 중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동생은 없어서 그만두었다) 말없이 내 말을 들어주는 아이. 편견 없이 듣는 것 그대로 받아주는 아이. 어쩔 때는 나보다 더 형 같은 사람. 오늘은 그 아이랑 이야기하다가 거의 처음으로 아차 싶었다. 너무 내 이야기만 떠벌리는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어색함이 있었다.

 

 

1.

내가 요즘 직장을 나와 면접을 이리저리 보고다닌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라는 말을 들을까 봐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이 어딘지 말해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냥 말하지 말고 일상사는 이야기나 할걸이라는 후회가 든다.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나라는 사람은 마음이 콩알만한 사람이라 내가 알던 사람이 나보다 잘 되는 것 같으면 내가 작아지는 것 같아 온전히 축하해 주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정말 가족과 같은 사람이라면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축하해 주겠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나는 왜 저 정도까지 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과 연결된다. 별로 살지 않은 삶이지만,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히 되지 않는다.

 

 

2.

최종합격 발표가 나온 곳은 한 곳도 없지만 으스대는 느낌이 드는 내 언행의 내용들과, 그 안에서 자존감을 지키려는 내 알량한 의도가 들킨 것 같다. 참 멋없다. 그래도 형인데, 그 아이의 사는 이야기나 더 물어 볼걸. 어찌 보면 지루한 나의 이야기들을 묵묵히 들어주는 그 동생에게 괜스레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그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나 하면, 그것이 아니라 더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내 이야기를 줄줄 풀어놓지 않고서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나만 부여잡고 있는 것이 맞다. 진실되게 사람을 대한다고 내 입으로 떠들지만, 생각보다 내가 가식적이라는 것은 내 자신이 더 잘 안다.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지.

 

 

3.

오늘 그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 남아있는 관계 지키는 것도 에너지가 든다고. 그래서 새로운 관계를 확장하기 어렵고 싫다고. 그런데 그 에너지를 진짜 상호 간 관계를 위해 쓰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만하다. 그냥 내 이야기 떠들고 싶어, 나만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그냥 일방적 소통을 위해 그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은 결국 필요에 따라 만난다. 나는 나의 사람들, 즉 내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감정적이든, 물질적이든, 그 무엇이든 내가 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4. 

술로 얼룩진 대화가 아니라, 맨 정신으로 이어진 대화 속에서 내 자신의 부끄러움을 보았다. 술기운에 의지했던 즐거움의 옷을 벗고 보니 나는 앞에 있는 사람들을 온전히 마주하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동생이 되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 다른 사람들도 동일하게... 나에게 손을 뻗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이제 내가 듣고 더 깊이 공감해 보려 한다. 관계라는 것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함을 잊지 말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가까울수록 더 세심하게. 친밀할수록 더 예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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