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퇴사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명히 나의 잘못된 선택과 행동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퇴사 후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요즘, 돌아보면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오늘은 다음 이직을 준비하기에 앞서, 내가 과거에 했던 실수들을 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다짐을 남기고자 한다.
1.
직장 동료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일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도 문제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공적인 관계를 쉽게 사적인 관계로 끌어당기곤 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마치 그 인연이 평생 갈 것처럼 착각하고 감정을 깊이 실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전 직장 동료들이 있지만, 경험상 물리적인 거리가 생기면 관계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더라. 특히 신규 입사 동기 모임처럼 시작은 활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휘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몇몇 가까운 동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락을 하지 않는다.
경력이 쌓일수록 만나는 사람은 많아지고,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나는 그 에너지가 넉넉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폭넓은 관계보다는 깊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선호하게 되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는 관계가 우리 계속 연락하자라고 공수표를 날리는 관계보다 훨씬 더 부담 없다.
또한 너무 가까워지면 관계 안에 시샘과 질투가 자라기도 하더라.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남보다 뒤처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 위축되거나 괜히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나 자신을 비교하고 평가하며 자존감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그런 심리 상태에서는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과도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괜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서로의 상황이 반대가 되는 경우도 곤란하긴 매한가지다. 각자의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지금의 내 나이와 상황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일 수 있다.
업무적으로는 성과를 위해, 비업무적으로는 나와 주변을 지키기 위해 거리두기가 더 중요하다.
2.
뒷말과 험담은 하지 말자
나는 감정에 솔직하다는 이유로 불편한 상황에서 동조하며 불필요한 말을 했던 적이 많았다. 경험상, 말이 많아질수록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험담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퍼져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결국 관계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남긴다. 더욱이, 그 순간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도 많았다. 그때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후 오히려 좋은 관계로 전환되기도 했으며 내가 알던 진실이 거짓인 경우도 많았다.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음에도 내가 이전에 뱉은 말이 있어서, 그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상대에게 직접, 불편한 점을 조심스럽게라도 표현하는 것이 뒤에서 수군대는 것보다 낫다. “너의 이런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한다”거나, “이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이다. 내심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우회적으로 터뜨리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는 것이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좋다. 앞에서 말하지 못할 내용이라면, 뒤에서도 하지 말자.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불만이면 차라리 박아버리자.
특히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자.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참고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직접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너무 빨리 재단하지 말고, 쉽게 선입견을 갖지 말자. ‘판단 유보’는 직장생활에서 꽤나 유용한 생존 전략이다.
3.
중간 보고를 하자
프로젝트는 언제든지 지연될 수 있다. 일정이 변경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상황을 제때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인 보고 체계는 시작–중간–결과 보고이지만, 실제로 중간 보고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이 점에서 내가 돋보일 수 있다.
중간 보고는 단지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점검이기도 하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자원이 부족하거나 병목이 생겼을 때 즉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상사 입장에서도 업무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든다.
결국, 중간 보고는 업무의 완결률을 높이고, 팀 전체의 신뢰를 쌓는 중요한 도구다.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이 지점을 꼭 챙기자.
4.
사람과 회사를 너무 좋게만 보지 말자
나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사람도 좋게 보고, 회사도 좋게 본다. 긍정적인 시각은 좋지만, 문제는 그 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100점짜리 기대를 품고 시작하고, 실망하며 점수를 깎아 나가는 식이다. 그러나 사람도 조직도 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는 기대 자체를 낮추는 것이 더 낫다는 걸 깨달았다.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냥 별로 생각하지 말자는 거다. 업무상 도움을 받거나 줄 수 있는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휘둘릴 일이 없다. 괜히 스스로 혼자 기대를 키우고, 그 기대에 어긋난다며 실망하고 상처받는 일은 이제 할 시간도, 기운도 없다. 회사는 ‘법인’이라는 생명체다. 생존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나는 그 안에서 필요할 때 활용되고, 필요 없을 땐 방출될 수 있는 존재다. 회사 내 사람 관계 또한 조직이 만든 시스템 속의 만남일 뿐이다. 처음부터 모두와 맞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눈 앞에 있는 사람 그대로 보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자.
5.
부디 다음 직장에서는 조금은 더 둥글고 마음 그릇 큰 사람으로써, 힘든 가운데서도 원활히 이겨낼 수 있기를.
긴 기간 재직하며 기업의 풍파를 함께 겪고 성장하며 진심으로 회사를 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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