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다니는 혜연

또 한 번의 퇴직

투지투자 2025. 7. 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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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합격 소식에 축하보다 걱정을 먼저 들었던, 조금은 특이한 회사.
남들이 뭐라든 나는 내 길을 가겠노라, 계획한 커리어패스를 믿으며 선택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 회사를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상황과 환경을 탓하고 싶었고, 실제로 외부 요인에 대한 한탄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나의 처신 역시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퇴사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에서야 마음이 조금 진정되고, 비로소 돌아볼 여유가 생겼기에, 그 당시의 마음과 향후 계획을 정리해두고자 한다.


1.
"뭐 이런 회사가 다 있나."

퇴사를 결심했던 순간, 내 마음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조직의 분위기는 무겁고 어두웠다. 두 사람만 모이면 퇴사 이야기가 나왔고, 변화될 조짐 없는 조직을 향한 끝없는 저주가 이어졌다. 나 역시 열렬히 참여하며 날카롭게 비난했다. 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든 순간,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매일 마주하는 사람과 상황들이 하나같이 병목처럼 느껴졌고, 무기력함만 커졌다. 알 수 없는 힘의 역학, 선택권조차 없는 구조,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고통스러운 문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버텨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내가 택한 건 ‘멈춤’이었다. 

여러 요인을 떠올려보지만, 결국 내가 그 회사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리더십이었다.


2.
리더십은 어렵고, 외로운 자리다. 리더십은 하나의 위계가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존재한다. 각 개인은 자신의 역할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팀을 이끄는 리더는 그 팀원들을 종합적으로 서포트해야 한다. 그 위에는 또 다른 리더들이 있고, 결국 이들이 모여 조직이라는 유기체를 만들어간다.

내가 ‘리더십’을 단일 퇴사 사유로 정의한 이유는, 개인이 속한 모든 환경이 결국 리더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동기부여 등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조직문화이고, 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리더십이다. 조직문화는 결코 하나의 정의로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문화’는 구성원 각자의 경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입사자가 느끼는 회사 문화는 결국 자신이 속한 팀 자체다. 나에게 그곳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아사리판’이었다.

규모가 꽤 되는 조직이었지만, 각자는 스스로의 고통 속에 파묻혀 있었고, 리더십은 자신을 지키기에 바빴다. 팀원들은 방치되었고, 리더들은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팀원에게 돌렸다. 겹겹이 쌓인 시체 위에 선 리더십. 퇴사율은 천정부지로 높아지지만 수년간 더 날 서기만 해진 조직. 의견을 내는 이들에게 선사되는 ‘부적응자’라는 트로피. 편을 가르고, 불필요한 라인을 만들고, 함께 짊어지려는 책임감 없는 조직. 가벼운 말들, 개인사를 들추는 경솔함, 무례함.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타인을 상처 준 업보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는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3.
"버티면서 이직 준비하지 그랬냐". 버틸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바닥까지 소진된 상태였다. 정신도, 체력도, 감정도 모두. 그래도 몸담은 조직이라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상한 책임감이 생기기 전에, 다시 시작할 힘이 다 사라지기 전에, 뛰쳐나왔다. 손 잡을 곳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지극히 의도적인 언사들은 버티기 어렵더라. 타겟이 명확하고 제 3자가 걱정해 줄 지경인 상황이, 환경이. 이유를 모르겠는 힐난과 비난. 공개적인 망신. 많은 이들이 말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라고. 나도 지난 수년간 거쳐간 임시 땜빵용 방패막이 중 하나였다. 그렇게 나도 퇴사를 선택했다.


4.
선택에 미련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회사는 이 직무 사람들이 모두 다 알더라. 거기서 있었다면 다 인정하는 분위기. 그 조직에서 나온다면 어느정도는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그 회사 덕분에 정말 감사하게도 면접 기회는 많이 주어졌고, 퇴사 사유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 경우도 드물었다. 씁쓸하지만 다행이라 해야 할까.

실패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또 한 번 실패한 기분.
누구도 내 탓이라 하지 않지만, 스스로 느끼는 깊은 좌절감.

그래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 안에서 길러진 ‘맷집’을 믿고.
매 번 그랬지만, 이번에도 좋은 것을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발버둥처보려 한다. 어찌 보면 정말 귀한 기회일 수도 있기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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